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정신건강의학과를 한번 가보고싶다고 했습니다.
감정기복으로 힘들어했던 딸에게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엄마도 고등학교때 그랬다고 그리고 가만히 보니 생리 전에 많이 다운되는거 보니 생리전 증후군 같다고 말하며 늘 딸의 힘듦을 일반화 시키며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딸은 본인의 감정기복이 일상에 영향을 주니까 본인이 문제가 있어서인지 확인해보고싶다고 엄마를 설득했습니다. 기껏 사춘기 감정으로 병원까지 가야하나라는 생각과 정신병원(?)이라는 무지한 편견으로 가기가 꺼려져 미뤄왔는데 어느날 신호를 대기하며 우연히 상가 건물을 보니 '여의사 진료"라는 슬로건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새롭게 오픈한것을 보았고, 가까우니까 그래 한번 가보지 하는 마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질문이 가득한 설문지를 신중하게 체크하며 한장한장 넘겼고 다 체크한 후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병원 대기실에는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엄마, 그리고 여대생, 회사원처럼 보이는 젊은 청년이 앉아있었는데 참 다양한 사람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구나 안타깝다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딸은 아니겠지 사춘기여서 그렇다고 말씀하시겠지하며 마음 편하게 기다렸습니다.
딸이 진료실에서 나오고 보호자인 엄마도 진료실로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이 하신 첫번째 말씀이 "자해도 있었고 우울증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네요~약을 먹어야 할것 같아요" .....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지만 믿고 싶지도 않았고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나 싶어 일단 먹어보기로 하고 나왔습니다.
딸아이는 자기는 부모님도 정말 좋으시고, 왕따나 학폭을 당한적도 없어서 왜 죽고 싶은지 왜 일상이 힘든지 몰랐는데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으니 그래서 내가 힘들었구나 알게 되어서 속이 시원하다고 하네요.
검사결과로는 아이의 성향 자체가 예민하고 인정욕구가 강하며,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여 본인의 노력에 비해 완벽하지 않으니 인정을 못 받고 그로 인해 좌절하고 좌절이 "나는 쓸모없는 아이야"라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져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도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다고 하니 약 먹으면 낫겠지 하며 크게 신경쓰지 않고 저는 직장생활을 계속하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일주일에 한번씩 다니며 약을 조절하며 처방을 받았고 두달정도 먹고 있던 어느날 근무를 하고 있는데 학원에 있는 딸아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딸이 이상하다고....
급하게 학원으로 갔더니 눈에 초점이 없고 잠에 취한듯 쓰러져있었고 질문에는 횡설수설 답을 하는 딸을 보며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약을 먹은 후 그랬다는 학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제 약을 바꾸어 부작용이 있었나 싶어 약 봉지를 가방에서 찾아봤는데 뜯어진 약봉지가 여러개 나오더라구요. 일단 119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하고 병원으로 가는동안 구급구조원이 약을 몇개 먹었는지 물으니 비몽사몽 22알을 먹었다고 답하는데 저는 지금 비몽사몽이라 정확하지 않다고 그럴리 없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자살시도를 한 아이처럼 취급을 하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였습니다. 공황이 올 때 먹으라고 따로 처방해준 안정제의 8개의 약봉지가 일자로 뜯겨있는걸 보고 의사는 한꺼번에 약을 먹었다고 확신하는듯 했습니다. 일자로 한꺼번에 ? 뜯긴 약봉지.....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누워있는 딸아이를 보며 너무너무 미안한 마음에 딸아이의 아픔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못함이 얼마나 자책스러운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습니다. 자살시도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완전 차단해야한다며 입원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폐쇄병동에 딸을 혼자 두기 너무 무서웠고 물론 간호사와 전문의가 있어 더 안전한다는걸 알지만 딸을 혼자둔다는 생각에 그러기 싫었고 딸은 "죽을 생각이 아니였다. 그 약을 먹어도 죽지 않는 다는거 알고있었다. 죽을 거였으면 약을 더 먹었지 그것만 먹지 않았을거다" 라는 말들로 이건 자살시도가 아니라 일종의 자해다라고 애써 부정하며 입원을 시키지 않고 집으로 돌와왔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이 사건으로 인해 딸아이의 우울증을 진심으로 인정하였고 이 우울증이란 병이 결코 가벼이 넘길 병이 아니란걸 인지하고 그날부터 우울증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춘기여서 그렇다고 애써 부정하였던 내 잘못을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딸아이의 우울증을 함께 이겨나가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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